내 여름 휴가이자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전에 말하자.
제주도는 덥다.
일요일 저녁
비행기 떠나기 전 허기짐에 어쩔 수 없이 김포공항 유일의 햄버거집 롯데리아를 갔다.
몬가 잘 못 되었다.
제주공항에 도착 하니 꽤나 이국적인 모습이 펼쳐 졌다.
올레길 시작점 부근의 민박을 찾다가 결국 마을 이장님이자 목사님이시자 민박집주인이신 아저씨 댁에서 짐을 내려 놓았다. 교회에서 자게 될지 모르고 사 놓은 맥주를 꿋꿋히 마셨다. 에어컨이 없었다. 더 웠다.
월요일
아침에 출발하면서 신이 났다. 이렇게
1코스는 그렇게 시작 되었고, 군대시절 행군 기억으로 두 코스(32km)를 하루에 돌기로 계획했다. 잘 못 했다.
가다가 이런 누렁이도 보고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듯한 소나무에서 포즈도 취해 보지만 이 사진 이후로 몇시간 동안 찍은 사진이 없다. 사진기 조차 끄내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휴식시간에 찍은 사진.
몰골이 말이 아니다. 결국 몇 시간 후에는 물이 다떨어지고 옷은 땀으로 다 졌었다. 다행히 과수원에 있는 수돗가를 찾아 몸을 식혔다. 자동차에 냉각수가 왜 있는지 알게 되었다.
추하다. 알베르트 까뮈의 '이방인'에 나온 뫼르소가 뜨거운 태양때문에 살인을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는데 거짓말이 아니었던거 같다.
화요일
어제의 교훈으로 한 코스만 가기로 했다. 그래도 22km다. 코스 초반에 슈퍼가 하나 나왔는데 그냥 지나쳤다. 그 뒤3시간동안 슈퍼 하나 안나왔다. 갑자기 영화 큐브에 나왔던 사람이 물이 없으면 목 말라 죽는다고 입에 단추를 물고 다니라고 했던것이 생각났다. 이제부터는 슈퍼가 나올때마다 물을 사기로 결심했다. 정글도 지나고 막판에는 해변도 나왔다.
수요일
4코스를 가는 날이다. 이제는 하루에 두 코스 걷지도 않을거고 슈퍼가 나올때 마다 물을 살거다.
한결 편해졌다. 날씨도 해는 쨍쨍하지만 공기가 시원해 졌다. 지나가다 6성급 리조트라는 '해비치'리조트를 만났다. 부러웠다.
이제는 바닷가에서 시원하게 포즈를 잡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막판에 해가 저물면서 엄청 뜨겁게 비쳐주었다.
마지막 저녁이라고 흙돼지와 한라산 소주를 좀 했다. 잠이 무지 왔다.
목요일
늦잠자고 일어나 물회를 느긋히 먹었다. 마지막날 되니깐 그때서야 여행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졸고 있는 거 아니다.
이렇게 내 여름 휴가는 끝났다.
왜 사서 고생했지? 비행기 값내고 숙소 값내고? 긴 여름 휴가 내고? 얼굴 타고? 몸에 알 배기고?
내가 좋아서. 왜 좋아했는지는 나중에 생각해 보자구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